유희왕
[유희왕/카이죠] 휴식
슈리0
2019. 7. 20. 02:05
*캐붕 주의
*사장님 성격 재해석 주의
카이바는 의자에 앉음과 동시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왼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몸에 딱 맞는 정장이 불편할 법도 하였지만 정신이 힘드니 몸이 힘든 것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차라리 몸이 힘든건 견딜 수 있었다. 지금 그는 1주일 동안 잔 시간이 5시간도 안될 정도로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수면 시간은 부족하고, 피로를 쫓기 위해 커피 등 카페인을 달고 살았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지쳐가는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KC라는 큰 기업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어느정도 감수는 해야할 부분이었지만 이 상황은 어느정도 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 그는, 무척이나 쉬고 싶었다.
사람을 정말 효과적으로 고문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잠을 못자게 하는 거라던데.
카이바는 그 말을 지금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쉬고 있을 시간도 아까웠다. 신듀얼디스크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발자로서 해야할 일이 있었고 사장으로서 해야할 일도 있었다. 그 두 가지를 같이 해야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모쿠바도 부사장이었기 때문에 같이 열심히 일해주고 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카이바는 모쿠바를 억지로라도 재웠다. 형이 밤을 새서 일하는데 자신만 잘 수 없다고 우기는 동생에게 자신도 같이 자겠다고 옆에 누워있다가, 모쿠바가 잠에 들자마자 슬그머니 나와 혼자 일을 처리한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모쿠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어린 동생은 잠을 충분히 자두기를 원하는 형의 마음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휴식
By. 슈리
카이바는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어지럽게 늘어져있는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1주일만 버티면 출시일이다. 출시일이 지나도 바쁘긴 매한가지겠지만 지금보다는 시간이 많이 남을 터였다. 그러면 적어도 충분히 잠은 잘 수 있을 것이다. 하아. 몇 번째일지도 모를 한숨이 터져나왔다. 오늘도 시스템 중 하나에 오류가 생겨 코딩을 다시 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몇 천개의 코드를 하나하나 살펴봐야 했기 때문에 카이바는 거의 죽을 상이었다. 수면 부족의 영향 때문에 집중도 거의 되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는게 효율적일 수도 있었지만 그 휴식을 취할 시간에 서류 한 글자라도 더 봐야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저주스러웠다.
[세토 님.]
“뭐지.”
[죠노우치 카츠야 님으로부터의 전화입니다.]
“……범골이?”
피곤한 눈을 억지로 뜨며 서류를 확인하고 있을 때 사무용 전화기가 울리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해주었다. 죠노우치 카츠야. 카이바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배틀시티 4위, 그 밖에도 KC가 주관하는 크고 작은 듀얼대회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듀얼리스트였다. 그리고 그는 카이바의 연인이기도 하였다.
죠노우치라면 카이바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굳이 사무용 전화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은... 카이바는 서둘러 자켓 속에서 개인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부재중 음성이 5통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연락은 안된 적이 없었던 자신인데, 전화를 5통이나 받지 않으니 걱정될 만 했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전화가 오면 무조건 받았다. 너무 바빠도 전화를 받은 후 나중에 꼭 연락 주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연락을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연락이 안되기까지 하다니. 카이바는 새삼 이번 일이 바쁘긴 바빴구나 하고 생각했다. 연결해. 비서에게 말 하자마자 전화는 죠노우치에게 연결되었다.
[… 살아있네.]
난 또 연락이 안되길래 죽은 줄 알았지. 전화기의 카메라 화면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연인의 얼굴이 나왔다. 죠노우치 쪽 카메라가 좋지는 않아서 그의 환한 금발이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카이바는 족했다. 직접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도 남았다. 죠노우치는 투덜거리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카이바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죠노우치가 부리는 투정은 진심이 아니라는 것 쯤은.
“마치 살아있어서 아쉽다는 듯한 말투군.”
[그래. 그렇다면 어쩔래?]
“…….”
[…….]
“…….”
[…카이바?]
비꼰다던가, 차가운 웃음을 지을거라던 예상과는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죠노우치가 이름을 불렀다. 이 주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한 카이바는 꽤 힘들어보였다.
죠노우치는 잠짓 뚱한 표정을 풀고 카메라 가까이 앉았다. 뚱한 표정이라고는 했지만 죠노우치 그도 전화를 못받은 것에 대해 화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바빠도 연락이 안된 적은 없었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바쁘면 연락이 안되나 하며 걱정이 먼저 들었다. 무리하면서까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연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전화를 자주 하면 방해될까봐 어제 세 번 오늘 두 번 걸었었는데, 이틀동안이나 연락이 안되니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하고 모쿠바에게 전화까지 했다. 프로젝트가 너무 바빠 그런 것 같다는 모쿠바의 말에 안심하며 사무용 전화로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연락이 된 카이바는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걱정을 안할 수 없잖아. 죠노우치는 생각했다.
[카이바, 어디 아픈건 아니지?]
“그래. 걱정마라. 조금 피곤할 뿐이니까.”
조금 피곤하다는 말에 죠노우치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피곤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그였다. 그런 그의 입에서 피곤하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 시점부터 이미 카이바는 한계라는 뜻이었다.
통화는 길지 않았다. 얼마 안가 비서가 들어와 급히 시스템을 점검해야할 것 같다고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끊기 싫다. 카이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죠노우치에게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뒤, 자신에게 인사하는 연인을 보며 미소지었다. 언제 또 통화가 가능한 시간이 날 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 딱 일주일, 일주일만 이 악물고 버텨보자 라는 마음으로 필요한 서류를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
출시일이 가까워오자 회사는 정말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번에는 모쿠바도 쉴 틈이 없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서류하며, 조금만 쉬려고 하면 나타나는 시스템의 오류 때문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컴퓨터에 대해서는 모쿠바가 정말 잘 알았기 때문에 그의 힘이 절실했다. 덕분에 조금은 틈이 났지만 그 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만큼 크지는 않았다. 하나하나 오류를 고쳐내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하루종일 듀얼디스크를 손목에 차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손목이 저려왔다. 하지만 그는 파스를 붙여가면서까지 일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쉬라고 말렸지만 일을 쉬지는 않았다. 일분 일초가 아까웠다.
오늘도 제 5차 테스트를 마치는 길이었다. 뇌의 주파수와 디스크의 주파수를 맞춰 솔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사용하면 머리가 아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는 카이바 자신이 꼭 해야했다. 듀얼 몬스터즈를 정말 사랑하는 그로써는 다른 사람이 테스트를 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모쿠바가 진통제 그리고 물을 건네주었다. 동생에게 싱긋 웃으며 약을 받아든 그가 약을 한 알 꺼내어 물과 함께 삼켰다. 약과 카페인을 먹어가며, 그리고 손목 여기저기에 파스를 붙여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형 때문에 동생은 걱정이 마를 날이 없었다. 조금은 휴식을 취해줬으면 했는데 이 고집불통 형은 휴식 시간까지 꿋꿋이 서류를 확인했다. 저러다 정말 과로로 쓰러질 것 같아 모쿠바는 노심초사했다.
연구진들이 돌아가고 사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서야 카이바는 한숨을 쉬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모레가 바로 출시일이다. 내일 까지만 버티면 이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카이바는 아까 테스트할 때 조금만 더 손볼 부분을 체크하였다. 지금이 오후 8시이니, 다음 미팅 전까지 1시간 정도는 잘 수 있을 것이었다. 우선 사장실로 올라가 1시간 뒤에 커피를 올리라고 주문하고 알람을 맞춘 뒤 눈을 좀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 통 연락이 없는 자신의 연인이 생각났다. 아마 전화가 방해될까봐 하지 않는게 뻔했다. 갑자기 죠노우치가 너무 보고싶었다. 잠은 30분만 자고 30분 동안은 죠노우치와 통화를 할까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굳히고 사장실 문을 열었다.
“여어- 카이바!”
이젠 헛것이 보이나. 카이바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눈 앞에는 죠노우치가 손을 흔들며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새 너무 피곤하고, 솔리드시스템을 자주 보다보니 뇌에 과부하가 걸린게 분명했다. 부작용의 하나로 추가해야겠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멍하니 그를 바라만 보고 있자, 죠노우치가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 손을 들어 카이바의 왼뺨을 감쌌다. 자신의 뺨에 닿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자마자 카이바는 순식간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아, 헛것이 아니구나.
머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여 그 앞에 있는 죠노우치를 꼭 껴안았다. 그러자 그도 작게 웃으며 카이바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죠노우치의 목에 얼굴을 묻으며 체취를 맡자 예의 그 따뜻한 햇빛같은 포근한 향기가 났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은 변함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죠노우치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는데 바로 눈앞에 있으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온거지. 왜 연락 안했나.”
“출시일이 모레라며? 힘들어할 것 같아서 이 몸이 와줬지. 내가 왔다는 말 하면, 가뜩이나 너 바쁜데 방해 될까봐 못했어. 비서분 한테도 비밀로 해달라고 했고. 어때, 놀랐지?? ”
당당한 그의 말투에 카이바는 작게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세워 죠노우치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연인이다. 카이바는 이때까지 먹었던 카페인도 떨치지 못했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진통제로도 가라앉지 않던 두통도 사라졌다. 그는 다시 한번 죠노우치를 꼭 안으며 금발 머리 위에 얼굴을 부비적댔다.
평소와 다르게 어리광을 부리는 카이바를 보며 죠노우치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까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이미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와있었고 언제나 반짝이던 푸른 눈동자에는 힘이 없었다. 듀얼디스크를 사용하면서 뒤에서는 이렇게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건 알까 싶었다.
“…이젠 안바빠?”
바쁠걸 알면서도 죠노우치는 물었다. 안고있던 몸을 떼내어 헝클어진 카이바의 앞머리를 손으로 살짝씩 정돈해주었다. 한치 흐트러짐 없는 카이바답지 않게, 오늘은 옷매무새도 단정치 못했다.
“…1시간 뒤에 미팅이 있다.”
“그럼 그 전까진 쉴 수 있겠네.”
“그래. ”
죠노우치는 카이바를 사장실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데리고 가 나란히 앉고서는 자신의 어깨를 톡톡 쳤다. 뭐냐 라는 눈빛으로 카이바가 쳐다보자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내려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카이바에게 기대고는 머리 위에 몇 번 쪽쪽 하고 입술을 떨어뜨렸다. 카이바가 죠노우치에게 자주 해주던 스킨십이었다.
“자, 한 시간동안 어깨 빌려줄게. 편하지?”
“흥. 다리가 짧아서 그런지 앉은 키는 크군.”
“뭐라는거야! 나 다리 안 짧거든??”
카이바는 죠노우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고개를 살짝 들자 잠짓 삐진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연인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죠노우치는 카이바의 이마와 콧등에 차례대로 입술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의 입술에도 짧게 입맞춤을 하고 떨어졌다. 카이바가 설핏 웃으며 죠노우치의 목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죠노우치는 자신의 옆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진갈색의 정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카이바는 자는 자세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잠에 잘 들지 않는 타입인데 오늘은 머리를 기대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죠노우치는 꽤 안쓰러웠다. 손을 들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한번 머리 위에 짧게 입을 맞췄다. 현 시각이 8시 12분이니까, 9시에 미팅이 있으면 50분에는 깨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머리를 기댔다.
_____
모쿠바는 전화기를 들어 계속 전화를 걸었다. 수신자는 사장이자 자신의 형이었다. 지금 거는 전화를 포함하면 총 4번째였다. 용건은 이번에 9시 예정이었던 미팅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미팅 전 한 시간 정도 잔다고 미리 전해들었지만 잠귀가 밝은 카이바가 자신의 전화를 못받을리가 없었다. 진짜 쓰러진거면 어떡하지. 모쿠바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사장실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었다.
또 다시 음성사서함으로 돌아가는 전화를 끊고 맨 꼭대기층에 다다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자고있는거면 나았다. 그러면 모쿠바는 이왕 미팅이 취소된 김에 카이바를 조금 더 오래 자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간 과로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거라면.... 그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까지 머릿속에 그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혹시나 해서 문을 매우 조심스럽게 열었다. 형님? 작게 부르는 모쿠바의 목소리에도 사장실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 소리나지 않게 문을 살짝 닫았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매우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신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있는 카이바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모쿠바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죠노우치를 가리키며 잠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죠노우치는 씨익 웃으며 손으로 인사를 건넸다.
‘무슨 일이야.’
죠노우치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러자 모쿠바는 미팅 이라고 입만 벌려 뻐끔거리고는 취소 되었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해보였다. 다행히 죠노우치는 알아들은 듯 했다.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해보였다. 그러자 모쿠바는 숫자 10을 손가락으로 허공에 크게 적고 쿨쿨 자는 시늉을 했다. 10시까지는 재우라는 의미였다. 죠노우치도 웃으며 또다시 오케이 표시를 해보였다. 모쿠바는 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다시 조용히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모쿠바는 이소노에게 연락하여 올라올 서류는 다 자신 쪽으로 돌리라고 한 후 간단한 간식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죠노우치와 얘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형님이 일어나면 다 같이 하면 되는 일이었다. 모쿠바는 형님이 그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자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고 느끼며, 카이바의 옆에 죠노우치가 있어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0시에 잠깐 쉬려면 지금 올라오는 일들은 빨리 처리해야겠네. 모쿠바가 속으로 중얼거라고는 이내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사장님 성격 재해석 주의
카이바는 의자에 앉음과 동시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왼팔을 들어 눈을 가렸다. 몸에 딱 맞는 정장이 불편할 법도 하였지만 정신이 힘드니 몸이 힘든 것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차라리 몸이 힘든건 견딜 수 있었다. 지금 그는 1주일 동안 잔 시간이 5시간도 안될 정도로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수면 시간은 부족하고, 피로를 쫓기 위해 커피 등 카페인을 달고 살았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지쳐가는건 몸이 아니라 마음이었다. KC라는 큰 기업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어느정도 감수는 해야할 부분이었지만 이 상황은 어느정도 라는 말로 덮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지금 그는, 무척이나 쉬고 싶었다.
사람을 정말 효과적으로 고문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잠을 못자게 하는 거라던데.
카이바는 그 말을 지금 뼈져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쉬고 있을 시간도 아까웠다. 신듀얼디스크 출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개발자로서 해야할 일이 있었고 사장으로서 해야할 일도 있었다. 그 두 가지를 같이 해야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모쿠바도 부사장이었기 때문에 같이 열심히 일해주고 있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카이바는 모쿠바를 억지로라도 재웠다. 형이 밤을 새서 일하는데 자신만 잘 수 없다고 우기는 동생에게 자신도 같이 자겠다고 옆에 누워있다가, 모쿠바가 잠에 들자마자 슬그머니 나와 혼자 일을 처리한 적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모쿠바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그래도 어린 동생은 잠을 충분히 자두기를 원하는 형의 마음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휴식
By. 슈리
카이바는 몸을 일으켜 책상 위에 어지럽게 늘어져있는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1주일만 버티면 출시일이다. 출시일이 지나도 바쁘긴 매한가지겠지만 지금보다는 시간이 많이 남을 터였다. 그러면 적어도 충분히 잠은 잘 수 있을 것이다. 하아. 몇 번째일지도 모를 한숨이 터져나왔다. 오늘도 시스템 중 하나에 오류가 생겨 코딩을 다시 해야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몇 천개의 코드를 하나하나 살펴봐야 했기 때문에 카이바는 거의 죽을 상이었다. 수면 부족의 영향 때문에 집중도 거의 되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는게 효율적일 수도 있었지만 그 휴식을 취할 시간에 서류 한 글자라도 더 봐야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저주스러웠다.
[세토 님.]
“뭐지.”
[죠노우치 카츠야 님으로부터의 전화입니다.]
“……범골이?”
피곤한 눈을 억지로 뜨며 서류를 확인하고 있을 때 사무용 전화기가 울리며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해주었다. 죠노우치 카츠야. 카이바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배틀시티 4위, 그 밖에도 KC가 주관하는 크고 작은 듀얼대회에서 꽤 좋은 성적을 거두는 듀얼리스트였다. 그리고 그는 카이바의 연인이기도 하였다.
죠노우치라면 카이바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굳이 사무용 전화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는 사실은... 카이바는 서둘러 자켓 속에서 개인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 부재중 음성이 5통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연락은 안된 적이 없었던 자신인데, 전화를 5통이나 받지 않으니 걱정될 만 했다.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전화가 오면 무조건 받았다. 너무 바빠도 전화를 받은 후 나중에 꼭 연락 주겠다고 말한 뒤 끊었다.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연락을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연락이 안되기까지 하다니. 카이바는 새삼 이번 일이 바쁘긴 바빴구나 하고 생각했다. 연결해. 비서에게 말 하자마자 전화는 죠노우치에게 연결되었다.
[… 살아있네.]
난 또 연락이 안되길래 죽은 줄 알았지. 전화기의 카메라 화면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연인의 얼굴이 나왔다. 죠노우치 쪽 카메라가 좋지는 않아서 그의 환한 금발이 다 담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카이바는 족했다. 직접 봤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도 남았다. 죠노우치는 투덜거리는 듯한 말투와는 달리 목소리에는 걱정이 가득 담겨있었다. 카이바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죠노우치가 부리는 투정은 진심이 아니라는 것 쯤은.
“마치 살아있어서 아쉽다는 듯한 말투군.”
[그래. 그렇다면 어쩔래?]
“…….”
[…….]
“…….”
[…카이바?]
비꼰다던가, 차가운 웃음을 지을거라던 예상과는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며 죠노우치가 이름을 불렀다. 이 주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한 카이바는 꽤 힘들어보였다.
죠노우치는 잠짓 뚱한 표정을 풀고 카메라 가까이 앉았다. 뚱한 표정이라고는 했지만 죠노우치 그도 전화를 못받은 것에 대해 화난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바빠도 연락이 안된 적은 없었는데 이번 프로젝트가 얼마나 바쁘면 연락이 안되나 하며 걱정이 먼저 들었다. 무리하면서까지 완벽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연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 전화를 자주 하면 방해될까봐 어제 세 번 오늘 두 번 걸었었는데, 이틀동안이나 연락이 안되니 무슨 일이 생긴건가 하고 모쿠바에게 전화까지 했다. 프로젝트가 너무 바빠 그런 것 같다는 모쿠바의 말에 안심하며 사무용 전화로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어렵게 연락이 된 카이바는 무척이나 지쳐보였다. 걱정을 안할 수 없잖아. 죠노우치는 생각했다.
[카이바, 어디 아픈건 아니지?]
“그래. 걱정마라. 조금 피곤할 뿐이니까.”
조금 피곤하다는 말에 죠노우치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피곤하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그였다. 그런 그의 입에서 피곤하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 시점부터 이미 카이바는 한계라는 뜻이었다.
통화는 길지 않았다. 얼마 안가 비서가 들어와 급히 시스템을 점검해야할 것 같다고 보고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끊기 싫다. 카이바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죠노우치에게 나중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말한 뒤, 자신에게 인사하는 연인을 보며 미소지었다. 언제 또 통화가 가능한 시간이 날 지 알 수 없었지만 정말 딱 일주일, 일주일만 이 악물고 버텨보자 라는 마음으로 필요한 서류를 챙겨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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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이 가까워오자 회사는 정말 말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번에는 모쿠바도 쉴 틈이 없었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서류하며, 조금만 쉬려고 하면 나타나는 시스템의 오류 때문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컴퓨터에 대해서는 모쿠바가 정말 잘 알았기 때문에 그의 힘이 절실했다. 덕분에 조금은 틈이 났지만 그 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을만큼 크지는 않았다. 하나하나 오류를 고쳐내고 몇 번의 테스트를 거쳤다. 하루종일 듀얼디스크를 손목에 차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손목이 저려왔다. 하지만 그는 파스를 붙여가면서까지 일을 멈추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쉬라고 말렸지만 일을 쉬지는 않았다. 일분 일초가 아까웠다.
오늘도 제 5차 테스트를 마치는 길이었다. 뇌의 주파수와 디스크의 주파수를 맞춰 솔리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사용하면 머리가 아파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스트는 카이바 자신이 꼭 해야했다. 듀얼 몬스터즈를 정말 사랑하는 그로써는 다른 사람이 테스트를 한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었다.
옆에 있던 모쿠바가 진통제 그리고 물을 건네주었다. 동생에게 싱긋 웃으며 약을 받아든 그가 약을 한 알 꺼내어 물과 함께 삼켰다. 약과 카페인을 먹어가며, 그리고 손목 여기저기에 파스를 붙여가면서 일을 처리하는 형 때문에 동생은 걱정이 마를 날이 없었다. 조금은 휴식을 취해줬으면 했는데 이 고집불통 형은 휴식 시간까지 꿋꿋이 서류를 확인했다. 저러다 정말 과로로 쓰러질 것 같아 모쿠바는 노심초사했다.
연구진들이 돌아가고 사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게 되자 그제서야 카이바는 한숨을 쉬며 벽에 머리를 기댔다. 모레가 바로 출시일이다. 내일 까지만 버티면 이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 카이바는 아까 테스트할 때 조금만 더 손볼 부분을 체크하였다. 지금이 오후 8시이니, 다음 미팅 전까지 1시간 정도는 잘 수 있을 것이었다. 우선 사장실로 올라가 1시간 뒤에 커피를 올리라고 주문하고 알람을 맞춘 뒤 눈을 좀 붙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그러다가 문득 요즘 통 연락이 없는 자신의 연인이 생각났다. 아마 전화가 방해될까봐 하지 않는게 뻔했다. 갑자기 죠노우치가 너무 보고싶었다. 잠은 30분만 자고 30분 동안은 죠노우치와 통화를 할까 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굳히고 사장실 문을 열었다.
“여어- 카이바!”
이젠 헛것이 보이나. 카이바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 눈 앞에는 죠노우치가 손을 흔들며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새 너무 피곤하고, 솔리드시스템을 자주 보다보니 뇌에 과부하가 걸린게 분명했다. 부작용의 하나로 추가해야겠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리며 멍하니 그를 바라만 보고 있자, 죠노우치가 밝게 웃으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한 손을 들어 카이바의 왼뺨을 감쌌다. 자신의 뺨에 닿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자마자 카이바는 순식간에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았다.
아, 헛것이 아니구나.
머리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여 그 앞에 있는 죠노우치를 꼭 껴안았다. 그러자 그도 작게 웃으며 카이바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죠노우치의 목에 얼굴을 묻으며 체취를 맡자 예의 그 따뜻한 햇빛같은 포근한 향기가 났다. 오랜만에 만난 연인은 변함이 없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죠노우치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는데 바로 눈앞에 있으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온거지. 왜 연락 안했나.”
“출시일이 모레라며? 힘들어할 것 같아서 이 몸이 와줬지. 내가 왔다는 말 하면, 가뜩이나 너 바쁜데 방해 될까봐 못했어. 비서분 한테도 비밀로 해달라고 했고. 어때, 놀랐지?? ”
당당한 그의 말투에 카이바는 작게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리고는 몸을 세워 죠노우치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토록 보고싶었던 연인이다. 카이바는 이때까지 먹었던 카페인도 떨치지 못했던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진통제로도 가라앉지 않던 두통도 사라졌다. 그는 다시 한번 죠노우치를 꼭 안으며 금발 머리 위에 얼굴을 부비적댔다.
평소와 다르게 어리광을 부리는 카이바를 보며 죠노우치는 등을 토닥여주었다. 아까 가까이에서 본 그의 얼굴은 이미 다크서클이 길게 내려와있었고 언제나 반짝이던 푸른 눈동자에는 힘이 없었다. 듀얼디스크를 사용하면서 뒤에서는 이렇게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건 알까 싶었다.
“…이젠 안바빠?”
바쁠걸 알면서도 죠노우치는 물었다. 안고있던 몸을 떼내어 헝클어진 카이바의 앞머리를 손으로 살짝씩 정돈해주었다. 한치 흐트러짐 없는 카이바답지 않게, 오늘은 옷매무새도 단정치 못했다.
“…1시간 뒤에 미팅이 있다.”
“그럼 그 전까진 쉴 수 있겠네.”
“그래. ”
죠노우치는 카이바를 사장실 가운데에 있는 소파에 데리고 가 나란히 앉고서는 자신의 어깨를 톡톡 쳤다. 뭐냐 라는 눈빛으로 카이바가 쳐다보자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내려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도 카이바에게 기대고는 머리 위에 몇 번 쪽쪽 하고 입술을 떨어뜨렸다. 카이바가 죠노우치에게 자주 해주던 스킨십이었다.
“자, 한 시간동안 어깨 빌려줄게. 편하지?”
“흥. 다리가 짧아서 그런지 앉은 키는 크군.”
“뭐라는거야! 나 다리 안 짧거든??”
카이바는 죠노우치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고개를 살짝 들자 잠짓 삐진 표정으로 내려다보는 연인의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죠노우치는 카이바의 이마와 콧등에 차례대로 입술을 내렸다. 그리고는 그의 입술에도 짧게 입맞춤을 하고 떨어졌다. 카이바가 설핏 웃으며 죠노우치의 목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정말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죠노우치는 자신의 옆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진갈색의 정수리가 눈에 들어왔다. 카이바는 자는 자세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잠에 잘 들지 않는 타입인데 오늘은 머리를 기대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리는 모습을 보며 죠노우치는 꽤 안쓰러웠다. 손을 들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고 다시 한번 머리 위에 짧게 입을 맞췄다. 현 시각이 8시 12분이니까, 9시에 미팅이 있으면 50분에는 깨워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머리를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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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쿠바는 전화기를 들어 계속 전화를 걸었다. 수신자는 사장이자 자신의 형이었다. 지금 거는 전화를 포함하면 총 4번째였다. 용건은 이번에 9시 예정이었던 미팅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미팅 전 한 시간 정도 잔다고 미리 전해들었지만 잠귀가 밝은 카이바가 자신의 전화를 못받을리가 없었다. 진짜 쓰러진거면 어떡하지. 모쿠바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사장실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었다.
또 다시 음성사서함으로 돌아가는 전화를 끊고 맨 꼭대기층에 다다르자마자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차라리 자고있는거면 나았다. 그러면 모쿠바는 이왕 미팅이 취소된 김에 카이바를 조금 더 오래 자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간 과로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거라면.... 그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까지 머릿속에 그리며 발걸음을 빨리했다.
혹시나 해서 문을 매우 조심스럽게 열었다. 형님? 작게 부르는 모쿠바의 목소리에도 사장실은 너무나도 고요했다.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간 다음 소리나지 않게 문을 살짝 닫았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매우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자신도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있는 카이바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생긴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모쿠바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죠노우치를 가리키며 잠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죠노우치는 씨익 웃으며 손으로 인사를 건넸다.
‘무슨 일이야.’
죠노우치가 입모양으로 말했다. 그러자 모쿠바는 미팅 이라고 입만 벌려 뻐끔거리고는 취소 되었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해보였다. 다행히 죠노우치는 알아들은 듯 했다. 손가락으로 오케이 표시를 해보였다. 그러자 모쿠바는 숫자 10을 손가락으로 허공에 크게 적고 쿨쿨 자는 시늉을 했다. 10시까지는 재우라는 의미였다. 죠노우치도 웃으며 또다시 오케이 표시를 해보였다. 모쿠바는 그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다시 조용히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모쿠바는 이소노에게 연락하여 올라올 서류는 다 자신 쪽으로 돌리라고 한 후 간단한 간식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 죠노우치와 얘기도 나누고 싶었지만 그건 나중에 형님이 일어나면 다 같이 하면 되는 일이었다. 모쿠바는 형님이 그렇게 편안한 표정으로 자는 모습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고 느끼며, 카이바의 옆에 죠노우치가 있어주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10시에 잠깐 쉬려면 지금 올라오는 일들은 빨리 처리해야겠네. 모쿠바가 속으로 중얼거라고는 이내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