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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탁탁탁.
붉은 색이 아른거리는 벽에 검은 색의 실루엣이 지나갔다. 돌바닥에 발이 닿을 때 마다 탁탁 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빨라졌다. 뭐가 그리 급한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그는 망토를 펄럭이며 앞으로 달려갔다.
흰색 벽에 비춰진 붉은 색이 진해질수록, 그것이 내는 열기에 이마에 땀이 맺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발의 남자는 뛰어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온!!!"

별안간 그 남자가 어떤 이름을 크게 불렀다. 얼굴이 찡그려지고 목이 터져라 크게. 붉은 것이 내는 연기때문인지 아니면 너머에 있을 무엇때문인지 눈에서는 눈물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달렸을 때, 그의 눈에 커다란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기가 안개역할을 하여 흐릿하게 보이긴 하였지만, 티오가 알려준 바에 의하면 틀림없는 저 문이다! 문 가운데에 커다랗게 새겨져있는 마계의 심벌. 자기의 키의 서너배는 될 듯한 높이지만 남자는 문 앞에 서자마자 망설임 없이 손잡이를 잡았다.

"앗, 뜨..."

그가 작은 신음을 흘리며 손을 뗐다. 쇠로 만들어진 듯한 그 회색 손잡이는 보기보다 무척이나 뜨거웠다. 옆에서 아른아른거리는 붉은 불꽃. 타다닥 타는 소리를 내며 피어오르는 불은 건물의 기둥까지 장악하고 있어 한시바삐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잠시 서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덥고 벅찬데 안에 있을 그 사람을 생각하니 마음이 더 급해졌다. 

"제온! 안에 있는게지??!! 내 말이 들리면 대답해보게나!! 제온!!!"

문을 쾅쾅 두들기며 금발의 남자는 애타게 이름을 불렀다. 이미 안에 있다는 것은 알고있다. 안에서 희미하게나마 마력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희미한 마력.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자각하자마자 그는 붉은색 망토를 늘여 손잡이를 두껍게 감쌌다. 치이익. 얼마나 뜨거운지 망토가 살짝 타며 치익 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는 개의치 않으며 그대로 잡고 힘껏 당겼다.

쿠구궁. 두터운 문이 바닥에 끌리며 무거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자마자 뿜어져나오는 엄청난 열기. 남자는 순간적으로 팔로 얼굴을 감싸 보호했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한 눈에 봐도 엄청날 정도로 넓은 방. 마계에서 가장 넓다는 마궁의 대회의실 만큼이나 넓었지만 그 곳은 이미 커다란 불길에 사로잡혀 있었다. 타버린 것은 아닌지 이미 늦은 것은 아닌지 하는 끔찍한 상상에 잠시 빠졌지만 고개를 세차게 젓는 것으로 털어버린 뒤 방에 들어갔다.
이미 옅어져있는 누군가의 마력을 온 신경을 집중해 위치를 찾아냈다. 남자는 위치가 파악되자마자 불길에 뛰어들어 그곳으로 향했다. 곧 있으면 물을 사용할 수 있는 파티가 올 것이니 그때까지 버티면 된다. 불에 살짝 그을려 탄 옷과 거멓게 재가 묻은 얼굴이지만 그는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 곳에 있을, 애타게 불렀던 '제온' 이라는 자를 찾기 위해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이윽고.

"제...제온!!??"

찾던 자를 찾은 듯 이름을 비명같이 외치던 남자가 금발을 휘날리며 달리기 시작했다. 제온 제온 제온..!! 눈물이 앞을 가려 흐릿하게 보였지만 그는 애써 억누르며 벽에 기대고 앉아있는 남자에게 달려갔다. '제온'이라는 남자는 달려온 남자와 쌍둥이인 듯, 서로 아주 똑같이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금발의 남자와 제온이라는 남자가 마주보게 되자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금발의 남자는 주저앉아 있는 제온의 눈높이에 맞춰 저도 그의 앞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굳게 닫힌 눈가를 쓸었다.

"제온..? 정신 차리게, 제온..!"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와 손. 금방이라도 울 듯 머리색과 같은 금안의 눈동자는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잔뜩 그을린 머리카락과, 치열한 전투였다는 걸 보여주는 듯한 크고 작은 상처들. 입과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피. 그리고 불의 열기탓에 땀으로 젖어버린 이마.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온을 끌어안으며 엉엉 소리내어 울고말았다. 근엄과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건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저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꼭 안고선 볼을 부비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오랜만에 인간계에나 다녀와라. 근래 1년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이라고 해두지.]

[누...? 제온이 왠일인....]

[가기 싫다는 걸로 간주할까?]

[아.. 아닐세!! 다녀오겠네!!]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아직까지 약속한 날이 되려면 2달이나 남았는데도, 제온이 자발적으로 인간계에 다녀오라고 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의 성격상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데다가 한치라도 오류가 없는 완벽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간계에 가는 것은 상상도 하고있지 않은 상태였다. 갑자기 다녀오라고 한 그의 권유에 의아함과 당혹감이 들긴 하였지만 워낙 동생을 아끼는 그였기에 그저 한번 주는 깜짝 선물인 줄만 알았다. 이 뒤에 얼마나 큰 짐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ㄱ......가앗............ㅅ........."

"제온..?"

별안간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안고 있던 팔을 풀어 얼굴을 마주보았다. 조금씩 꿈틀거리는 눈썹이 의식이 돌아오는 걸 나타내 주는 것같았다. 제온의 눈이 살짝 떠지며 자안이 드러났다. 놀라 커진 눈 그대로, 남자 —갓슈라 불린—는 연이어 물음을 내뱉었다.
 
"정신이 드는겐가..? 본인을 알아보겠는가??"

"가....앗.......슈....."

"우누, 본인일세. 갓슈일세!"

다행이구려.... 정말 다행이구려.... 갓슈는 떨어지는 눈물을 소매로 스윽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갓슈는 점점 커져가는 불길을 훑어본 뒤 제온의 등과 다리를 팔로 받치고는 그대로 들어올렸다. 제온 또한 상태가 매우 안좋아 서 그런지 평소와 달리 아무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안겼다. 갓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제온은 멀어지려 하는 의식을 붙잡기 위해 온 집중을 쏟아부었다. 
갓슈는 점점 진해지는 연기때문에 눈과 코가 따끔거리고 매웠으나 지금 그런걸 신경쓸 여유같은건 없다. 그는 망토를 늘여 제온의 입에 살짝만 덮은 뒤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발걸음을 옮겼다.

"곧 있으면 파티와 티오가 올 것이네. 그때까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견뎌주게. 조금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굳은 의지가 담긴 목소리를 듣자, 제온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마지막 힘까지 쥐어짜내며 간신히 의식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이것 또한 언제까지 갈지 몰랐다. 순간적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의식이 끊어질 것이다. 제온은 끝까지 갓슈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겨우겨우 고개만 조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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