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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썼다.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에게 편지를 썼다. 정말 이러지 않기를 바라지만 죽었을지도 모르는 그에게 편지를 썼다. 난생 처음 누군가에게 써보는 글인데다가 그 글 조차도 예전 친우에게서 배운 기초적인 글자라 글씨는 삐뚤삐뚤 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떤가. 알아보기만 하면 될 것을.

'꼭 만나자.'

단 네 글자만을 종이에 적어 정성스럽게 돌돌돌 말아 작은 빨간 끈으로 묶었다. 나름 외관상 근사해보여 한편으로는 약간 우쭐한 마음도 들었다. 근처 해변을 돌아 얻은 유리병에 바닷물을 반쯤 담궈 손목을 이용해 돌렸다. 안에 담긴 물이 돌아 물속의 작은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그걸 재밌게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그 회오리가 없어지자마자 병을 거꾸로 뒤집어 안에 있는 물을 빼냈다. 처음에 병 벽면에 붙어있던 작은 먼지들이 빠져나가 한껏 더 깨끗해보였다. 병을 탈탈 털어내 안에 있는 물기가 다 빠지도록 했다. 물기를 빼내지 않으면 종이가 다 젖어버릴 테니 말이다.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어 완전히 물을 증발시켜버리고, 정성스레 적은 편지지를 그대로 병에 넣고 코르크 마개로 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그리고는 해변 가까이로 다가가 병을 바다에 띄워보냈다.

괜스리 웃음이 난다. 이런 모습을 니가 본다면 얼마나 웃어댈까.
파도에 의해 점점 멀어져가는 유리병 편지를 보며 나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부디.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어둑어둑한 저녁, 한적한 해변길. 사람도, 그 흔하디 흔한 몬스터도 없는 아주 조용하고 삭막한 해변에 단 한사람만이 쪼그려 앉아있다. 어쩐지 그의 표정은 매우 슬퍼보이기도 하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여 다가가서 위로를 해주고 싶을 정도였으나 아쉽게도 그래줄 사람이 있지 않았다. 모래밭에 쪼그려 앉아있던 그 남자는, 그의 갈색의 곱슬머리를 손으로 정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탁탁 옷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돌아가려는 듯 기지개를 쭉 펴던 그의 눈에, 반짝이는 어느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저녁놀의 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물체는 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유리제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는 듯 하더니 이내 발걸음을 옮겨 그 물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것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남자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있었다.

"편지...?"

유리병이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딱 봐도 편지였다. 작은 실로 묶여져있는 돌돌 말린 종이. 무엇에 이끌린 건진 모르겠지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입구에 막혀있던 마개를 빼내고 안에 들어있던 종이를 꺼냈다. 두근두근두근.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 지 몰랐다. 
남의 편지를 읽는다는 기대감은 절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연히 두근거린다? 그것도 아니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알 수 없었다.
그는 종이를 감싸던 끈을 조심스럽게 끌고 편지지로 추정되는 종이를 펼쳤다.

'..........뭐야.. 백지잖아.'

살짝은 실망한 기색이 들어난 그가 '아무것도' 적혀져있지 않은 그 종이를 들고 이리봤다가 저리봤다가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그도 그럴것이 그 종이에는 단 한 글자도 적혀져있지 않은 것이다. 펜 자국도 없어 무언가를 적으려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종이 가운데에 물방울 하나가 툭 떨어지더니 서서히 없어지며 가운데가 축축해졌다. 그에 당황한 남자가 손을 들어 자기 눈가에 가져다댔다. 선명하게 묻어나오는 물기. 

'어째서..?'

그 종이를 한참동안이나 들여다보던 그는 이내 그 것을 다시 돌돌돌 말고는 자신이 가지고있던 고무줄로 묶어 유리병에 넣었다. 새로운 마개로 다시 입구를 막고는 바다에 조심스레 띄워보냈다.

"진짜 가려던 사람에게 가기를."

작게 웅얼거리던 그는 만족한다는 듯 작은 미소를 입가에 그리고서 이미 꽤 어둑해진 하늘을 뒤로하였다.


바다에 두둥실 떠내려가던 그 유리병은, 이젠 미련이 없다는 듯이 서서히 파도속으로 깊게 잠들어갔다
And